어떤 분야 어떤 시상식이건, 일단 참가한 이상 수상 결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국제적인 매너다. 상을 놓쳐 속으로는 분할 수 있겠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꼴불견이다. 최근 한 중국 개발사가 이를 어겼다. 최근 더 게임 어워드 GOTY를 놓치고 공개적으로 분통을 표한 검은 신화: 오공 개발사 게임사이언스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최근에서야 국제 무대에 나선 중국 게임업계엔 아직 이런 매너를 배울 시간이 없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한 개발사의 일탈이 아닌 나라 망신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검은 신화: 오공은 분명 멋진 게임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나 한국 등을 따라하는 데 그쳤다는 중국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준 작품임과 동시에, 평론가와 게이머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그렇기에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GOTY를 수상했고, 더 게임 어워드에서도 GOTY 후보로 쟁쟁한 글로벌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베스트 액션 게임과 플레이어의 목소리 상도 받았다. 이것만 해도 매우 큰 성과다.
그렇지만 게임사이언스의 목표는 이보다 훨씬 컸나 보다. 그들은 더 게임 어워드가 끝나자 마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고, 시상식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절대 세련된 방식이 아니었다. 게임사이언스 대표는 SNS를 통해 "(시상식에) 괜히 왔다", "GOTY 선정 기준 이해하지 못하겠다" 등 유치하고 꼴불견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중국 게이머들이 발더스 게이트 3 스팀 평가에 테러를 가하고 아스트로봇를 까내리는 등의 비논리적 발언들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창작물의 품질과 창작자 인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은 동서고금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됐지만, 굳이 이를 또 증명해줬다.
물론 공정성에 논란이 있는 시상식은 분명 존재하며, 이를 지적하는 것은 옳은 일일 수 있다. 다만 명백한 근거 없이 단순히 자신들이 GOTY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뱉는 징징거림이라면,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긴 커녕 반감만 사게 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들이 앞서 수상한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야말로 100% 유저 투표로 결정되기에 자국 인구 기반 인해전술이 가능한 중국 게임이 유리한 구조다. 오히려 이쪽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두고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한 게임사는 한 곳도 없었다. 그것이 예의다.
이번에 게임사이언스는 매우 꼴사나웠다. 어쩌면 이번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 작품 뒷면에 이런 오만함과 졸렬한 개발진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들의 후속작은 어쩔 수 없이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불어 검은 신화: 오공 이후 나올 수많은 중국발 웰메이드 게임들에게도 족쇄를 씌웠다. 자부심과 오만함은 다르며, 타당한 의의제기와 졸렬한 투정 역시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저수하심(低首下心)'이 떠오르는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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