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아블로 4에 대한 게이머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와중, 시선을 끈 두 게임이 있다. 하나는 개발진의 집념이 느껴질정도의 세밀한 완성도를 앞세우며 호평을 이끌어낸 발더스 게이트 3, 또 하나는 지난 7월에 열린 엑자일콘에서 약 2년 만에 신규 게임플레이 영상을 공개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자극한 패스 오브 엑자일 2다.
특히 패스 오브 엑자일 2는 무기를 교체하며 두 가지 패시브 스킬트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보조 잼을 무기가 아닌 스킬에 직접 장착하는 방식으로 1편에서도 특징으로 앞세웠던 ‘빌드짜는 재미’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은 디아블로 4에서 생각보다 캐릭터를 자유롭게 키우기 어렵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 팬들에게 또 다른 매리트로 떠오르고 있다.
8월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현장에서는 패스 오브 엑자일 2를 직접 시연해볼 수 있었다. 이번 시연 버전은 2편에서 새로 등장하는 직업인 몽크, 헌트리스, 소서리스, 워리어, 드루이드 5개 중 하나를 골라서 체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미리 세팅된 캐릭터로 전투와 퀘스트를 자유롭게 진행하며 첫인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정도였기에,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던 빌드 자유도는 자세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패스 오브 엑자일 2에서도 잘 굴러야 산다
기자가 이번에 체험해본 직업은 헌트리스와 소서리스다. 우선 헌트리스는 디아블로 2의 창 아마존을 연상시킨다. 기본적으로 근접 공격 캐릭터이며 적에게 돌격하거나 반대로 무수한 창이 꽃힌 함정애 적을 끌어들여 후방에서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어서 소서리스는 화염과 얼음 계열 중 얼음으로 세팅되어 있었으며, 적시에 적을 얼려 발을 묶은 후 스킬 연계로 공격 타이밍을 잡는 것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번 시연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다소 제한적이었으나 기본적인 전투가 주는 느낌이 1편과는 확실히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1편의 경우 몬스터를 쓸어담는 빠르고 시원시원한 전투를 특징으로 앞세웠다면, 2편에서는 다소 묵직하고 전반적인 난이도가 높아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도 과하게 몰면 사망하기에 조금씩 끊어서 상대하는 플레이가 요구됐으며, 1편보다 더 저돌적인 공격성에 패턴 역시 까다롭게 구성되어 있어 필드 사냥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파훼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핵심은 2편에 전 직업에 도입되는 ‘구르기’로, 적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위험한 순간을 피할 수 있는 이동기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패스 오브 엑자일 2는 손맛이 묵직하지만 1편보다 속도감이 다소 떨어진 느낌이며, 스킬 역시 시전 시간이 긴 종류도 있다. 즉, 위험하다면 구르기로 스킬을 캔슬한 후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좀 더 안정적인 전개가 가능하다.
한층 높아진 난이도와 구르기 액션의 만남은 소울라이크를 생각나게 한다. 실제로 제작진은 패스 오브 엑자일 2를 좀 더 하드코어한 액션에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준비 중이다.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 조나단 로저스 CTO는 지난 7월에 게재된 IGN 동남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디아블로 4와의 차이점을 대해 묻는 질문에 디아블로 4는 MMO와 같은 경로를 탄 액션 RPG라 설명했고 패스 오브 엑자일 2에 대해서는 “반면 우리는 엘든 링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훨씬 더 액션에 초점을 맞췄고, 하드코어한 경향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이번 시연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으나 기존에 공개된 플레이 영상을 보면 보스전도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자랑할 것이라 예상된다. 7월 엑자일콘에서 발표된 정보에 따르면 패스 오브 엑자일 2에는 600종 이상의 몬스터와 100종에 달하는 보스가 등장한다. 한층 높아진 난이도가 새로운 빌드 시스템과 만나 어떠한 시너지를 일으킬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이어서 캐릭터 모델링, 애니메이션, 그래픽 등은 1편보다 완성도가 높아졌으며, 퀘스트 진행 시 NPC가 포털을 타고 넘어오기에 대화를 위해 마을로 돌아갈 필요가 없는 등 편의성도 일부 개선됐다. 아울러 앞서 밝힌대로 아이템이 아니라 스킬에 보조 잼을 끼우기 때문에 소켓 수가 많은 무기 확보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1편 업데이트가 아닌 확실한 ‘차기작’이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엑자일콘 발표에서 가장 큰 의문으로 떠오른 부분은 1편의 확장팩 개념으로 선보인다는 기존 발표를 뒤엎고, 별개 게임으로 서비스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기존에 공개된 정보대로라면 파밍을 토대로 나만의 빌드를 쌓아 올라가는 핵심 게임성이 비슷하기에 게임을 2개로 분리하는 것보다 1편에 업데이트하는 것이 운영 측면에서 좀 더 효율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게임스컴에서 처음 맛본 패스 오브 엑자일 2는 1편과 완전히 다른 전투 경험을 통해 1편과 분리된 엄연한 차기작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전투가 어려워진 것이지 재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며, 되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적들에게 둘러싸이는 상황을 피하고자 신중하게 움직이며 기분 좋은 긴장감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2편에서는 사망하면 마지막 체크포인트에서 부활하는 기능이 있기에 다소 부담을 덜고 좀 더 위험한 모험에 나설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비공개 테스트가 내년 6월 7일로 다소 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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